한때 이 나라에는 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음식이 있었다. 온 국민이 짜장면이라 부르는데 규범은 자장면이라 적으라고 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그 말이 제 이름을 되찾는 데 삼십 년 가까이 걸렸다.
이 책은 뉴저지에 사는 칠순의 이민자가 사십 년 동안 멀리서 지켜본 우리말의 기록이다.
지은이는 한국어 전문가가 아니다. 국문학을 공부한 적도, 한글과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해 본 적도 없다. 평생의 직업은 프로그램 개발이었고, 그중 오랜 기간을 미국 안의 한인 식당에 POS 시스템을 설치하며 보냈다. 이 책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메뉴를 한 줄씩 입력하다가 "오징어 섞어찌개"를 영어로 어떻게 적을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 멈춰 섰던 어느 날이다.
김치는 Kimchi인데 김밥은 왜 Gimbap인가. 같은 '김'인데 왜 철자가 다른가. 일본 음식은 Sushi부터 Sashimi까지 철자가 하나로 굳었는데, 우리는 왜 한 음식에 철자가 다섯 개인가. 이 물음이 책의 절반을 끌고 간다.
나머지 절반은 소리와 말투에 관한 것이다. "효과"인가 "효꽈"인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장단음. 스벅과 알잘딱깔센과 별다줄. 그리고 자극적인 말이 흔해진 시대에 느끼는 불편함까지.
책은 네 부, 열여섯 장으로 되어 있다.
제1부 소리 이야기 - 발음에 대하여. "효과"의 표준 발음이 2017년에 바뀐 이야기, 된소리와 쌍자음이 우리말에 실어 주는 힘, 짜장면이 제 이름을 되찾기까지, 그리고 사라져 가는 장단음.
제2부 표기 이야기 - 한글에 영어 옷 입히기. 식당 POS 앞에서 시작된 이야기에서 출발해, 김치와 김밥의 철자가 갈린 사연, 1948년부터 네 번 바뀐 로마자 표기법의 내력, 일본어 헵번식과의 비교, 그리고 하이픈 하나가 하는 일.
제3부 줄임말과 신조어. 1981년 금성반도체에서 AT&T 기술 서적으로 영어 줄임말을 처음 배운 이야기에서 시작해, 요즘 줄임말과 신조어를 살펴보고, SNS와 Social Media가 갈린 자리까지.
제4부 말의 품격.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느꼈던 불편함, 시대별 유행어의 성격, 그리고 한국어와 영어에서 어순이 뒤